인터뷰

[청어람-만나다] 우리는 경계선 너머 미지의 땅을 다룰만한 능력을 가진 존재에요 / 오수연

관리자 ·

2021년을 마무리하며 청어람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과의 인터뷰를 진행해봤어요. 인터뷰는 한 해 동안 튜터나 강사로, 참여자로 함께 하셨던 몇 분께 일상 - 청어람 - 신앙에 관하여 질문을 뽑아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소중한 생각을 나눠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오수연 님을 5글자로 표현해주세요!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표현하셨나요?

현재 저의 부캐가 신학생 나부랭이인데요… 이걸 다섯 글자로 줄이면 신학나부랭? 신학을 공부하면서 이런 저런 일들을 신학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만 어설퍼요. 신학생 나부랭이라는 표현이 그걸 잘 포착한다고 생각해요. 신학을 떠들어대지만 아직 신학생에 불과해 틀리기도 하고 대충 뭉개기도 하지만 이해도 되고 양해도 되고 기특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나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신학자로의 성장을 지향하는 단어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올 한해 <페미니즘 이슈 북클럽>에서 페미니즘 성서해석 모임을 세 차례 진행해주셨어요. 청어람과 어떤 인연을 이어오셔서 튜터로 모임을 진행하게 되셨을까요?

저는 나이가 들어 느헤미야 신학연구과정에 들어갔는데요. 신학은 오래된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주었지만, 신학이라는 학문과 신학을 다루는 제도와 사람과 공간의 남성중심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죠. 그리고 이런 신학의 남성중심성이 저를 포함한 교회 여성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걸 좀 더 명료하게 이해하고 말로 표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페미니즘 성서해석에 천착하게 된 것 같아요. M.div과정을 마무리하고 이화여대 기독교학과로 진학한 것은 이 여정이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여정을 청어람 대표님이 지켜보고 이런 프로그램을 제안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 이슈 북클럽>에서 진행하셨던 페미니즘 관점으로 성서 읽기 모임에 대해서 조금 소개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기획 의도와 목표를 가지고 준비하셨나요?

기획 의도와 목표는 순전히 저의 경험에서 출발했어요. 저는 교회학교를 거쳐 교회에서 헌신하는 여성 신도가 되기까지 어떻게 보면 많은 기독교 여성에게 익숙한 교회의 삶을 거쳐왔습니다.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불만이 하찮은 것이고 죄이기까지 하다는 가르침이 완전히 내면화 되어서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교회에서 생겨나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늘 회개의 기도를 멈추지 않았죠. 수동적으로 가르침을 받던 교회생활이 마흔이 넘어가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기본적으로는 교회가 제게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기 시작했죠.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다 보니 책도 읽고 성서도 주석 찾아가며 읽게 되고, 신학공부도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직접 읽고 배우다 보니 내가 그냥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던 것들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질문도 하게 되는데 이런 저를 교회는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신학공부를 하면서 그제서야 저는 왜 나는 남성 목사의 권위를 그토록 중시하면서 나의 의견은 잘못되었거나 하찮은 것으로 여겼는지, 어떻게 하다가 젠더 위계를 수용하고 나를 본질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왜 여성 권위의 모델이 내게 없는지 등등을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질문이 드는 자신을 두려워하고 정죄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고요. 

페미니즘 성서해석을 통해 이전에는 떠올려 본 적 조차 없는 질문들을 접했고 당황했지만 해방감을 느꼈어요. “이런 질문까지 해도 되는 거였어? 와!” 같은. 사회나 교회나 심지어 가족이 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겹겹이 둘러싸 놓은 경계선을 넘어서는 일은 두려운 일이죠. 하지만 일단 넘고 나면 내가 언제나 그 미지의 땅을 다룰만한 능력을 가진 존재였다는 것을 배우게 되요. 우리에게 익숙했던 신앙은 위기에 처하게 되겠죠. 그러나 하나님이 우리 손을 잡고 계시다는 것을 확신한다면 위기를 통해 지평을 넓히는 것은 모든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일 뿐입니다. 모임 참가자들 특히 여성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경계를 넘어 해방과 성장을 경험했으면 합니다. 


  모임을 진행하면서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기획 의도대로 모임이 진행되었는지도 궁금하고요. 참가자들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부분이나 진행에서 어려웠던 점, 좋았던 점 등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학위과정을 시작해서 저의 문제의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 의미없는 공부를 하면서 혼자 취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도 되고 동기가 부족한데 공부를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 모임을 통해 공부의 보람과 동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제가 가졌던 문제의식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확인하는 공간이었고, 동시대 여성으로, 사람으로 “함께” 살아내는 동지들을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새로운 성서해석을 접하고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씀해 주실 때 가장 뿌듯했고요(페미니즘의 성서해석의 목표가 해방!이니까요) 낯설고 기괴하게도 들릴 수 있는 이야기를 진지한 태도로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시는 남성 참가자들은 제게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성서와 성서학에 대한 지식이 충분치 않아 참가자들의 좋은 질문에 답을 드리지 못할 때 아쉬워요. 또 지식이 짧은 자가 확신에 차 있잖아요? 제가 그래요. 다양한 해석과 신앙의 다양한 표현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의 해석을 밀어붙이곤 했거든요. 서투른 튜터를 참가자들이 포용해주셨죠. 이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시즌 1, 2를 들으신 분들이 시즌 3에 또 신청해 주셨을 때 진짜 너무 기뻤고 감사했어요. 시즌3에선 이전 보다 좀 나아졌다고 느끼는데, 청어람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할 수 있어 기쁩니다.


  신앙과 삶의 경계에 서 있다는 것은 오수연 님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신앙과 페미니즘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세상과 다른 자기만의 독특한 언어, 가치, 운영원리를 가진 신앙의 삶 안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했고 거기에 안주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는 안그렇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신앙과 삶은 잘 분리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신앙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작동했었나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편협하고 우월 의식 같은 것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세상과 소통이 안된다고 생각할 때도 그들의 문제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말 그대로 신앙의 경계로 많이 걸어나온 것 같아요.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죠. 그 너머가 삶인지는 모르겠지만 경계의 삶이란 여기에도 저기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유리하는 느낌인데 지금 저의 신앙과 삶의 모습이 딱 그런 것 같아요. 여성으로서의 삶과 신앙을 건강한 방식으로 통합하는 것이 생각했던 것 만큼 수월하게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고, 어느 쪽이든 한 쪽에만 헌신하는 것이 속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어느 쪽도 놓칠 수 없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기분도 드는데요. 줄을 타고 있어서, 또 경계선 근방을 배회하고 있어서 생겨나는 통찰과 배움과 성숙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가 저의 근력을 키워주어서 오래 오래 줄타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임 멤버가 찍어준 사진을 소중히 여기는 수연쌤. 열정적으로 모임을 진행해주셔서 덕분에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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